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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한 일)자를 지사자로 분류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그 유래와 기원에 관해선 다음의 두 가지의 설명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다.
아주 오랜 옛날에는 셈을할 때 나뭇가지나 짐슴의 뼈 따위를 이용해 만든 기구를 가지고 수효를 계산했다. 젓가락 같은 막대기 형태로 가늘게 만든 대나무나 뼈 등을 가로, 세로로 배치해 놓고 가로의 막대는 일, 백, 만의 단위로, 세로는 십, 천, 십만 단위로 하여 덧셈, 뺄셈 등에 이용하였는데 이를 계산을 하는데 이용하는 막대 또는 나뭇가지라 하여 산목(算木), 산(算)가지라 하였다. 나중엔 주산과 같은 계산기가 발명되면서 그 효용성이 떨어져 점을 치는 도구로 그 용도가 변모하게 되었는데 이 산(算)가지에서 하나, 즉 1을 표현해 놓은 모습, 곧 1을 나타내는 산(算)가지의 형태를 본 따 만든 글자가 一(한 일)자다. 모양을 본 떠 만든 글자이므로 상형자(象形字)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상형자(象形字)는 일정한 형태나 형상을 가지고 있는 사물의 모양을 나타낸 글자인 데 반해 이 일자는 일정한 형태와 모양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하나'라는 추상적인 생각, 곧 '하나'라는 개념을 산(算)가지의 모양 만을 빌어 표현한 것이므로 지사자(指事字)로 분류한다. 즉, 표현하고자 하는 직접적인 대상이 '하나'라는 추상적인 개념, 형태가 없는 사람의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이므로 상형자(象形字)가 아닌 지사자(指事字)가 된 것이다.
다른 또 하나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고래(古來)로부터 동양에선 태조(太初)의 하늘, 즉 우주, 세계는 본시 불생불멸(不生不滅)하고 상주불변(常住不變)하는 것이라 시작이나 끝, 시작과 끝의 사이가 다르지 않고 그 근본이 같으며 이를 구별할 수 없으니 이름 또한 붙일 수 없어 그 모두를 무(無) 또는 허(虛)라 하였다. 바로 이 무(無)에서 하나(一)가 생겨 세계를 이루게 되니 이 일(一)을 가르켜 무극(無極)이라 하였고 일(一)에서 둘(二)이 나오니 이를 음(陰)과 양(陽)이라 하고 이 둘(二)이 하나(一)로 돌아갈 때 이를 태극(太極)이라 하니 일(一)은 곧 이(二)요 둘은 곧 하나라 이를 불이불일(不二不一)의 조화(調和)라 불렀다. 음양이 조화를 이룬 것이 삼(三)이 되며 이 삼(三)을 일러 중화(中和)라 하고 음(陰)·중(中)·양(陽) 셋으로부터 만물이 생성되니 이를 사대(四大)라 하였다. 사대(四大)는 곧 지·수·화·풍(地·水·火·風)이니 우주, 곧 세계의 모습이며 사대(四大)에 질서가 생기니 이를 오행(五行)이라 하고 오행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상생상극(相生相克)하는 질서라 하였다. 또 사대에 음양의 조화와 오행의 질서가 갖추어지니 비로소 세계가 온전하게 되었고 그 온전함의 완성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라 하였다. 여기서 시작이나 끝, 시작과 끝의 사이가 다르지 않고 그 근본이 같으며 이를 구별할 수 없는 상태, 곧 아무 것도 나뉘지 않고 구별할 수 없는 처음의 상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한 줄로 그어 표시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이 一(한 일)자다. 一(한 일)자란 하나, 곧 '우리는 하나다'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서로 다르지 않고 같다는 의미를 형상화한 기호이자 음양, 오행으로 변화하기 이전의 첫 단계, 처음이라는 의미를 표시하는 글자다. 이러한 생각과 개념을 나타낸 글자이므로 지사자이고 태초엔 그 어떤 것도 없는 상태로 보았기에 본 뜰 사물(事物) 또한 없어 태초, 처음이라는 뜻을 가진 一(한 일)자는 당연히 상형자가 될 수 없다 하겠다.
이 一(한 일)자의 자형변천과정을 살펴보면 갑골문(甲骨文)이나 금문(金文)은 지금의 一자와 다르지 않고 그대로 한 줄로 쭉 그은 선의 모양을 하고 있다. 그 이후에 나타난 전서, 그것도 대전(大篆)이후에 나온 소전(小篆)의 형상은 지금의 一자의 모양과는 달리 복잡한 형태로 되어있다. 한자는 시간이 가면서 그림과 같이 복잡한 모양을 한 형태에서 간단하고 쓰기 편한 간략·간결한 형태로 변화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때 지금의 一(한 일)와 같은 모습을 한 갑골문(甲骨文)이나 금문(金文)의 자형이 후 대에 가서 지금의 一(한 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더 복잡한 형태로 바뀌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따라서 소전(小篆)에서 쓰인 一자는 갑골문(甲骨文)이나 금문(金文), 그리고 오늘날의 一자와는 구분해 살펴봐야할 점이 있다. 즉, 一자는 크게 그 뜻을 숫자로 쓰이는 의미의 一자와 그 이외의 의미를 갖는 一자로 구분해야 한다. 태초, 시초, 처음이라는 뜻과 같다, 구별할 수 없다, 하나다라는 의미를 표현할 때는 지금의 一자와 같은 모습으로 쭉 써왔고 이는 갑골문(甲骨文)이나 금문(金文)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이후 이 一자에 숫자, 1, 하나라는 의미가 담기게 되었는데 점차 숫자로서의 一자의 쓰임이 많아지면서 그 쓰임에 있어 종종 그 이전의 뜻과 혼란이 생기게 되었고 따라서 이를 명확히 구별할 필요성이 점증, 소전(小篆)을 만들 당시 一자에 셈을 할 때 사용하는 산(算)가지의 형상을추가해 一자를 표현하게 되면서 소전(小篆)의 형상이 복잡한 모습으로 바뀌게 된 것으로 보인다. 즉, 숫자로서의 一자를 명확히 나타내기 위해 소전(小篆)을 만들어 보급할 때 이미 그 이전에 만들어 사용하고 있던 一자와 산(算)가지의 형상을 결합해 글자를 만들었고 이렇게 만든 소전(小篆)을 보고 一자의 기원을 유추한 학자들이 一자를 '숫자 1을 나타내는 산(算)가지의 형태를 본 따 만든 글자'로 해석하면서 一자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이 두 가지로 나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一자의 기원은 후자의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이며 전자의 설명, 즉, '숫자 1을 나타내는 산(算)가지의 형태를 본 따 만든 글자'라는 설명은 소전(小篆)으로 쓰인 一자의 기원을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一, 二, 三을 숫자로 표시할 땐 옛 글자에서 특별히 '주살 익'자와 一, 二, 三을 결합한 글자로 구별해 나타내고 있는데서 확인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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